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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NOVEL

순정

[제멋대로 도공의 어린 아내]제멋대로 도공과 귀여운 아가씨의 달달한 신혼일기!

미도 시키

“이 이치몬지 파의 ‘카게마사’라는 사람, 열여덟 살 고등학생 때 도공 자격증을 땄대! 사상 최연소라고 쓰여 있어. 스무 살에, 음…… 어쩌고 신인상을 받은 천재래. 대단하다.” “지금 스물네 살이구나. 사진이 있네. 와~ 꽤 잘생겼다!” 등 뒤에서 들려온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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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치몬지 파의 ‘카게마사’라는 사람, 열여덟 살 고등학생 때 도공 자격증을 땄대! 사상 최연소라고 쓰여 있어. 스무 살에, 음…… 어쩌고 신인상을 받은 천재래. 대단하다.”
“지금 스물네 살이구나. 사진이 있네. 와~ 꽤 잘생겼다!”

등 뒤에서 들려온 젊은 여자들의 말소리에 사쿠라 이오리는 몸을 굳혔다. 반년 만의 도쿄. 등을 떠밀려 하는 수 없이 맡았던 강연은 꽤 성황이었다.
다만 수강자 대부분이 근처 공업대학의 학생이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중 반 이상이 여성이었던지라 강연 후에는 다들 뒤에 선 여자들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비젠, 이치몬지, 카게마사.」

─끈 장식으로 가려진 칼자루에는 ‘카게마사’와 ‘이치’라는 도명(※역주: 도검에 새겨진 글)이 조각되어 있다. 또한 사쿠라 가의 문장인 벚꽃 무늬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사쿠라 일가가 만든 칼은 ‘사쿠라이치몬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이 ‘카게마사’라는 것이 이오리의 도명이었다.
젊은 여자들에게 자신이 만든 칼을 보고 “꽤 잘생겼다!”같은 소리를 들어 봤자 기쁘지 않다.

‘갤러리에 왔으면 칼을 봐. 잘생긴 사람이 보고 싶으면 아이돌 콘서트에 가라고.’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오리는 캡 모자를 깊숙이 눌러썼다.
평소의 그라면 신관처럼 백색 상의와 하카마(※역주: 일본의 전통 의상으로 세로로 주름이 잡힌 넉넉한 바지)를 입고 있었을 것이다. 그 차림이 그의 평상복이고, 칼을 만들 때에는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하지만 지금 이오리는 청바지에 면 셔츠를 입고 그 위에 데님 재킷을 걸친, 최근에는 좀처럼 유행하지 않는 차림이었다. 거기에 도수 없는 안경까지 썼다.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이 복장으로 갈아입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밤에는 긴자에서 한바탕 마시자고요. 할아버님 되시는 사쿠라 선생님이 주당이시니 이오리 선생님도 술 좀 드시죠? 선생님 얼굴에 ‘천재 도공, 사쿠라이치몬지, 카게마사’라는 이름까지 더해지면 여자는 골라잡을 수 있을걸요.」

강연을 기획한 사장이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꺼낸 탓이었다.
이오리는 대기실로 돌아가자마자 캐주얼한 옷으로 갈아입고 대학생들 사이에 섞여 강연장을 빠져나왔다.
‘도쿄에 숙박 예정 없음’, ‘배웅도 불필요’라고 강연을 주선한 도검협회 관계자에게 문자를 보낸 뒤 이오리는 근처 역을 향해 걸었다.
2월의 세찬 바람 속을 빠른 걸음으로 가르며 한 생각은 ‘코트 가져올걸.’이었다. 따뜻한 세토우치에 살고 있어 도쿄의 강풍에는 익숙하지 않다.
어깨를 움츠리며 걷고 있을 때, 이오리의 눈에 ‘현대 도검, 명검 전시ㆍ직판 행사’라고 쓰인 입간판이 들어왔다.
4층짜리 빌딩 1층에 있는 ‘갤러리 토키와.’ 아무래도 개인이 주최하는 갤러리 같았다. 2층에는 ‘토키와 골동품’이라는 가게도 있다.
갤러리 정면은 해방감이 넘치는 전면 유리. 그 유리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는 주력 상품인지 ‘사쿠라이치몬지’의 칼이 실려 있었다.
그 칼은 틀림없이 이오리가 5년 전에 만든 한 자루. 전시회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길이 2척 3촌─약 70센티미터의 타도(※역주: 허리에 차는 길이가 긴 일본도)다.
그는 그 포스터에 이끌리듯 갤러리에 발을 들였다.
넓이 30평 정도의 갤러리. 칼이 더 돋보이도록 조명은 절제되어 있다. 삼면의 벽을 빙 둘러 유리 케이스가 놓여 있고, 칼은 전부 그 안에 전시되어 있다. 종류는 단도부터 협차(※역주: 타도와 같은 형식의 검으로 길이가 짧은 도검), 타도, 태도(※역주: 도신의 길이가 약 60센티미터 이상인 일본도)까지 실로 다양하다.
포스터에 실린 타도는 가장 안쪽 케이스에 담겨 있었고, 이오리의 프로필과 함께 긴 설명서가 붙어 있다.
하지만 그의 기억에 문제가 없다면 그 타도는 ‘사쿠라이치몬지’ 수집가가 이오리의 할아버지인 사쿠라 타츠키치에게 부탁해서 구입해 갔을 터였다. 돈을 준다고 쉽게 넘겨줬을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수집을 그만뒀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
가까이 다가가 진위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여자들을 밀어젖히고 가고 싶지는 않고…….
포기하고 갤러리를 나가려던 순간, 문득 믿을 수 없이 모욕적인 말이 들려왔다.

“있잖아, 진짜 이 사람이 만들었을까?”
“엄청 젊잖아. 할아버지도 도공이고 인간 국보라고 쓰여 있으니까…… 얼굴마담으로 손자를 내세우는 거 아냐?”

여자들은 소리를 낮추며 “다 그런 거지 뭐─.”하고 웃었다.
그런 식의 야유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면전에서 들은 적도 있다. 인터넷이 활발해진 요즘에는 저런 의견을 마치 진실인 양 올리는 경우도 적잖이 있었다.
정색하고 부정할 생각도, 해명할 의무도 없다.
하지만 태연히 받아들일 정도의 도량도 지금의 이오리에게는 없었다…… 그는 주먹을 말아 쥐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때였다.

“아니에요!”

어디서 나타난 걸까. 은은하게 감도는 비누 향기와 함께 교복 차림의 소녀가 이오리 앞을 스쳐 지나갔다.

“저희 할아버지가 오카야마에 있는 작업장까지 가서 사쿠라 선생님이 칼을 만드시는 걸 견학했다고 했어요. 아직 10대인데 솜씨가 대단하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어요!”

갑자기 나타난 소녀는 열심히 이오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말의 내용에도 놀랐지만…….
금색 단추가 도드라진 감색 블레이저와 빨간 체크무늬 주름스커트. 흰 블라우스 깃에서는 스커트와 같은 무늬의 리본이 흔들리고 있다. 학교에서 막 돌아온 참인지 소녀의 얼굴에 화장기는 전혀 없다. 동그란 뺨에 진주처럼 매끄러운 피부다. 조금 전의 비누 향기는 양쪽으로 나눠 머리끈으로 묶은 검은 머리에서 난 모양이었다.
그 맑고 순수한 모습은 막 연마를 거친, 내면에 아름다움을 숨기고 있는 도신(刀身)처럼 느껴졌다.

“손님을 끌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게, 비젠의 옛 도검에서 잘 볼 수 있는 ‘우츠리’를 만들 줄 아는 분이시라고…… 저기, 그게 어떤 건지 전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 능력이 뛰어나서 천재라고…… 그러니까.”

교복 차림의 소녀는 주먹을 꼭 쥐고 반론을 이어간다.
하지만 여성들은 그런 소녀를 깔보듯 웃더니 “그냥 가자.”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으며 소녀를 무시하고 나가 버렸다.
갤러리 안이 쥐 죽은 듯 잠잠해지고 이오리와 소녀 둘만 남았다.
불편한 정적이 퍼지자 이오리는 소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감싸준 소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신분을 밝히면 나중에 귀찮아질 듯했다.
방금 전의 그 여성들처럼 얼른 빠져나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좀처럼 출구로 향할 마음이 들지 않아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니, 한쪽에 놓인 테이블 위에 우두커니 장식된 단도가 눈에 들어왔다.
검신은 약 25센티미터, 외장─칼집이나 무늬 같은 장식 부분에서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하지만 도신은 초보자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아, 잠깐만요! 위험하니까 만지지 마세요!”

아까 그 소녀의 목소리다.
이오리가 돌아보자 소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너무 언짢아하진 마세요. 저, 이 갤러리 주인의 딸이거든요. 아버지가 위층 가게에서 손님을 대접하고 계셔서…… 괜찮으시면 천천히 둘러보세요. 아버지가 오시면 마음에 드시는 칼을 실제로 만져보실 수도 있을 거예요…….”
“안쪽에 있는 ‘사쿠라이치몬지’도?”
“아뇨, 그건…… 오카야마의 수집가 선생님이 특별히 빌려주신 거라, 파는 물건이 아니에요. 유리 케이스에서 꺼내는 것도 좀─죄송해요.”

소녀는 정말 미안한 듯 말했다.
괴롭힐 작정은 아니었지만.

“과연. ‘카게마사’야 어쨌든지 간에 ‘사쿠라이치몬지’는 얼굴마담이라는 말이군.”

저도 모르게 짓궂은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말문이 막혀 고개를 숙인 소녀를 보고 이오리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이게 아니잖아. 나 참,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자신의 미숙함에 화가 났다.

“으음─이건 초보자가 만든 거군. 열처리를 하면서 어느 정도 하몬(※역주: 일본도 특유의 물결무늬)은 만들어 냈지만, 담금질이 덜 돼서 경도가 떨어져─하지만 호신도로는 괜찮군.”

이오리는 말실수를 얼버무리려고 단도로 시선을 되돌렸다.

“네? 어떻게 그런 걸 아세요?”

소녀가 휙 고개를 들고 이오리를 말똥말똥 쳐다보며 물었다.

‘하긴, 뭐. 청바지 차림의 대학생 같은 남자가 갑자기 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수상쩍다고 생각하겠지, 보통.’

“아, 아니,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단도에서는 만든 사람의 혼이 느껴져서.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진지한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호신도는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

정체를 밝히지 않고 한 대답은 길거리에 넘쳐나는 사이비 종교인처럼 들렸다.

‘여고생을 상대로 ‘혼이 느껴진다’ 같은 소릴 하다니. 아까보다 더 수상하잖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오리는 다시금 소녀의 얼굴을 봤다.
그러자 소녀는 순식간에 뺨을 붉히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 이봐, 난 그냥…….”

울려 버렸다는 생각에 순간 이오리의 맥박이 한층 더 빨라졌다.
하지만 소녀의 표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녀에게서 전해져 온 것은 ‘감동’이었다.

“기뻐요…… 아, 이건 저희 할머니의 아버지가 만든 칼이거든요. 도공이 되고 싶어서 입문했는데, 전쟁 때문에 포기하셨다고…….”

소녀는 자신의 증조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증조부는 출정이 결정된 뒤, 아는 도공에게 부탁해 한 자루의 단도를 만들었다. 반년 뒤에 태어날 자신의 아이에게 호신도로 물려주기 위해─. 그 아이가 소녀의 할머니이고, 쇼와 14년생이라고 했다.
메이지 시대에 발표된 ‘폐도령’으로 도공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전쟁에서 쓰이는 군용 칼은 양산 목적으로 개량되어, 전통 일본도 공법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무기 제조가 금지되었고─그 수십 년간은 도공 수난의 시대라고 불린다.
소녀의 할머니는 딱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해에 태어났다.

“결국 할머니의 아버지께선 전장에서 돌아오지 않으셨고…… 할머니는 줄곧 이 칼을 소중히 간직하셨어요. 그래서 할아버지도 가게 제단에 장식해 뒀고요. 하지만 두 분 다 돌아가시고 나니…… 초보의 작품에는 가치가 없다고 하시면서. 뭐, 상품적인 가치는 없겠지만요.”

그 어조를 보니 ‘가치가 없다’고 말한 사람은 가게를 이어받은 소녀의 아버지가 틀림없었다.

“칼의 가치는 그걸 손에 넣은 사람이 정하는 거야. 너한테 이 호신도는 ‘사쿠라이치몬지’보다 가치 있는 물건이잖아?”
“네! 제가 시집갈 땐 이걸 갖고 갈 생각이에요. 딸이 태어나면 물려주고 싶어요…… 아니, 나도 참. 이상한 말을 해서 죄송해요.”

소녀가 눈가를 훔치며 수줍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이오리의 입에서 나온 말은…….

“호신도는 대대로 물려받는 거니까 이상한 말은 아니지. 그래도 이건 결혼할 때 가져가기에는 좀 긴걸. 내가─.”

다시 만들거나, 결혼식용으로 새 호신도를 만들어 줄게.
그렇게 말하려다 이오리는 숨을 삼켰다.

‘난…… 대체 무슨 소릴 하려는 거야?’

이오리가 만든 칼보다 증조부가 만든 칼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소녀. 그녀라면 이오리의 가치도 제대로 평가해줄 것 같았다.
그것은 아무 예고도 없이 이오리의 마음을 움직인─사랑이라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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